전국 각지 입학생 28명 전남 함평 호접몽가에 모여
6개월간 '나는 누구인가' 질문 던지며 철학, 과학 등 학습
"사람은 한계 건너가려는 의지와 용기 생기면서 발전"

2020년 세계건축상 대상을 받은 전남 함평 호접몽가. [사진=김인한 기자]
2020년 세계건축상 대상을 받은 전남 함평 호접몽가. [사진=김인한 기자]

지난 17일 광주에서 남서쪽으로 40km를 달려 도착한 전남 함평 호접몽가(胡蝶夢家). 가을 햇볕 아래 대나무 잎이 바람과 부딪히는 소리는 장자(莊子)가 쓴 설화 호접지몽에 나올 법한 기풍을 뽐냈다. 그곳에 기본학교가 문을 열었다. 입학식은 조촐했다. 외빈도 장식도 없었다. 스승이 마련한 음식을 같이 먹으며 자기소개를 했고, 모두가 먹은 자리를 함께 치우는 것으로 입학식을 대신했다.

기본학교 입학생은 28명. 서울, 인천, 부산, 광주, 진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은 지역도 연령대도 달랐다. 하지만 이들이 모인 일념은 동일했다. 인간으로서 충실해야 할 기본,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다 갈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성장 발걸음을 떼기 위해서다.

사단법인 새말새몸짓은 이날 기본학교 1기 입학식을 열었다. 지원자 100여 명 중 28명이 세 차례 에세이 평가를 거쳐 선발됐고 입학식에는 27명이 참석했다. 기본학교는 최진석 새말새몸짓 이사장(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이 강조하는 기본을 양성하는 교육 과정이다. 최 이사장은 인간에게 기본 중에 기본은 나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 나는 누구인가
 
호접몽가 내부에 위치한 교육장에서 최진석 이사장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호접몽가 내부에 위치한 교육장에서 최진석 이사장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최 이사장은 이날 "사람은 발전하고 나아지고 싶은 욕구가 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 욕구가 강하고 지적으로 갖춰지고 자기를 믿게 되면 스스로 한계를 발견한다"면서 "그걸 발견하고 건너가려는 의지와 용기가 생기면서 사람은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이 한 단계 도약하고 나아져야 한다고 주창하는 이유는 그곳에 더 큰 자유, 독립, 풍요가 있어서다. 그만큼의 풍요가 있는 시대를 맞이하려면 과거의 문법을 벗어던지고 개인의 각성과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장이 사단법인 새말새몸짓을 발족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 이사장은 "모든 일을 잘하려면 자기가 자기한테 분명해야 한다"면서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지 분명해야 자신감이 나오고 자기를 믿고 사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가 자기한테 분명해야 한계를 발견하고 그걸 건너가려는 의지와 용기가 생기면서 개인이 발전하고 사회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입학생이 전남 함평까지 왔다는 건 그런 의지가 있거나 의지를 갖고 싶거나 그런 자세가 있기 때문"이라고 기대했다.

◆입학생 저마다 각오 다져

1기 입학생들은 저마다의 입학 배경을 소개하고 각오를 다졌다. 주훈지 씨는 "창업 10년 차로 일을 하면서 불안하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교수님 말씀을 들었다"며 "제가 새 말과 새 몸짓을 하고 있어서 기본학교에 입학하게 됐고 앞으로 배움을 통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경철 씨는 "현역 군인으로서 매너리즘에 빠져 안주하는 간부의 삶을 사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변모해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지원했고, 동기들과 소통하며 성장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최연소 1기 입학생인 18세 이민규 학생은 "파쿠르라는 운동을 하고 있다. 지형이나 건물을 활용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파쿠르는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성장이 필요하다"며 "청소년으로서 앞으로 삶을 살아갈 때 어떻게 살아가고 나아갈 것인지 배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새말새몸짓 기본학교 입학생은 6개월 동안 최진석 이사장과 13차례 철학 공부를 한다.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와 김문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학사경영 부총장이 각각 4차산업혁명과 블록체인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내년 초에는 스웨덴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연구소 연수도 예정돼 있다.

새말새몸짓 에세이 평가 세 가지는 ▲왜 기본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은지 ▲'감각에 의존하는 태도보다는 지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이 더 이타적이며 공적인 삶을 살 가능성이 크다.' 이 명제는 옳은가? 왜 옳은가? 이 명제는 틀린가? 왜 틀린가?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 온 삶을 스스로 평가하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최진석 새말새몸짓 이사장(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이 기본학교 입학생 27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입학식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발열체크, 참석자 정보 기입 등을 준수해 진행됐다. [사진=김인한 기자]
최진석 새말새몸짓 이사장(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이 기본학교 입학생 27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입학식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발열체크, 참석자 정보 기입 등을 준수해 진행됐다. [사진=김인한 기자]
기본학교 입학생은 27명. 서울, 인천, 부산, 광주, 진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은 지역도 연령대도 달랐다. [사진=김인한 기자]
기본학교 입학생은 27명. 서울, 인천, 부산, 광주, 진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은 지역도 연령대도 달랐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날 입학식에서 입학생들이 자기소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이날 입학식에서 입학생들이 자기소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기본학교 1기 입학생들이 배움의 각오를 다졌다. [사진=김인한 기자]
기본학교 1기 입학생들이 배움의 각오를 다졌다. [사진=김인한 기자]
유경철 기본학교 1기 입학생이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