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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문장] 세일즈맨의 죽음_아서 밀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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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아영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26회   작성일Date 22-06-21 00:00

    본문

    과거에 내려진 닻 

    지금의 윌리는 과거의 잘 나갔던 그다. 현실은 예전을 플레이백하기 위한 시간으로 사용되고 지금 그의 몸뚱이는 과거를 비쳐 보이게 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과거가 화려하게 프로젝션되기 위해 마련된 하이얀 미라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가끔 과거에서 깨어나면 혼란스럽다, 그 멋진 이는 어디로 가고 몸이 부푼 바다코끼리가 헐떡이고 있지? 이 누에고치 같은 미라에서 벗어나 날고 있어야 하는데… 바다코끼리의 과거는 환상 안에서 점점 진화한다. 원래 그대로의 모습보다 더 큰 화려함에 빵빵하게 부풀어서 현실의 그가 쥐구멍에서  더 이상 나올 수 없게 둥실 댄다. 모든 영광이 일어났던 과거에 닻을 내리고 있는 그는 과거 언저리를 빙글빙글 맴돌 뿐 현실로 넘어오지 못한다. 


    본다는 것

    미라 위로 덮어놓은 천을 벗기지 못하는 윌리, 벌거벗은 진실은 조용히도 잔인할 테다. 이미 한참을 썩어서 다시 시작하기엔 늦어버린 것은 아닌지, 문제의 덩어리가 너무 크면 어쩔까, 보고 싶지 않아 한다. 덩어리를 쪼아 내는 시간을 그가 견딜 수 있을까. 썩은 것들이 들려 나간다 해도 그 뒤로 씨알만한 무언가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집어 올릴 씨알조차 없음을 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자신을 보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보지 말자, 윌리는 왔다 갔다 시계추에 취한 텅 빈 얼굴로 지금을 흘려 버린다.


    자신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 본다, 안다는 것은 지금까지 켜켜이 쌓은 잘못의 지층들을 보는 것이므로 고통스럽다. 촘촘히 쌓인 겹들이 만든 지금을 맨정신으로 짚어 볼 용기, 자신을 이루고 있는 층들을 직시할 깡다구가 요구된다. 하나하나 뜯어보아 현실과 진실이 무엇 위에 어떻게 서 있는지 초점을 맞추고 정확히 직시하는 것, 보는 것은 고통일 수 있지만 똑바로 보아 상황을 알게 되면 그에 대응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이제까지 달려왔던 방향이 잘못된 방향이었음을 인정하고 다른 방향으로 다시 걷기 시작할 수 있다. 지금껏 달리던 방향에서 멈추어 다른 방향으로 틀어 가야 하는 것은 번거롭고 어색하며 불편한 일이지만 나의 길로 가자면 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고민만 하고 주저앉아 있다면 나로 사는 시간은 줄어드는 중이다.


    윌리는 같은 곳에 똑같이 씨앗을 심어보지만 푸릇하게 올라오는 싹은 매번 없다. 햇빛이 들지 않는 모퉁이에서 조금씩 옆으로 움직이면서 해를 찾다 보면 작은 싹이 틔어 날지도 모른다. 하던 대로 말고 뭔가 다르게 움직여보는 것은 결과가 보장되지 않은 실험을 해야 하는 것처럼 위험하고 번거롭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느 구석에도 해가 닿지 않는 곳이라면 씨 심기는 그만두고 담장 너머 다른 땅으로 나가는 훈련부터 쌓아내야 할 수도 있다. 탐나지만 갖기 위해 수고로이 진심으로 움직일 생각이 윌리에게 없다. 미지한 담장너머는 불편하다. 예약이나 약속처럼 바로 주어지는 것이 아닌 것은 싫고, 소박하고 자잘한 것들 대신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 반짝거리는 것을 통째로, 당장 한방에 가지는 것 만을 바란다. 팔랑거리는 잎들이 무서워 울음을 터뜨리는 아가들처럼 사실 윌리도 작고 여린 싹을 보는 것이 두려운 거다. 단단하고 반짝이지 않을 테니까. 거기다 파랗지 않고 누런 잎이라도 보게 된다면 어쩔까. 두려움은 몸과 마음을 달달 떨게 하여 에너지를 고갈시키니 차라리 하던대로 똑같이 하면서 언젠가는 결과가 바뀌기를 바라는 정신분열로 도망한다. 두려움은 용기로 승화되는 회로를 잃었다.


    열쇠 

    자신의 희망과 미래를 남들의 능력에서 찾는 윌리, 텅 빈 혼자로는 설 힘 없이 휘청거려 자꾸만 남들에게 자신을 접붙이려 힐끔댄다. 남과 떨어지는 순간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될테니 자신이 분리독립 될 수 없다. 자신의 인생의 열쇠를 다른 이들 안에 던져둔 윌리는 그들이 자기를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텅 비어 있는 그를 아무도 알아 볼 수 없어 지나친다. 남들의 우주 안에서 부유하는 쓰레기처럼 윌리가 지나간다. 


    나의 우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망상과 허상이 삼켜버린 현실은 윌리도 잡아먹었다. 윌리는 희생자인가? 허상이 사실보다 커지게 방조한 윌리는 그를 남들로 대신 채워서 자신을 사라지게 했다. 세일즈맨을 죽인 것은 윌리다. 삼킴 당하고 싶지 않다면, 정처없이 부유하고 싶지 않다면 거짓된 나를 놓아주자. 남의 꿈을 태워 없애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자. 움직이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으면서도 죽음을 향해 차를 몰 힘이 있다면, 대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절실히 찾아보자. 


    온 우주가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는 곳은 윌리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 곳에는 나에게 중심의 축이 있고 내 손가락으로 집어 올리고 싶은 것이 있다. 내가 초점 맞추어 보려고 하는 것, 보고싶은 것이 있다. 목구멍을 꿀꺽 조여 먹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 다리에 힘주어 향하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윌리에게 없었지만 나에게는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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